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역내 활동을 대폭 제한하는 법안 4개를 연이어 시행하며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다.

마크 엘릭(Marc Elrich) 카운티 집행관은 최근 '카운티 밸류스 액트(County Values Act)', '언마스크 ICE 액트(Unmask ICE Act)', 'ICE 구금시설 금지법', '차량 회수법(Vehicle Recovery Act)' 등에 잇따라 서명했다. 새 법안들은 카운티 직원이 ICE 요원과 상호작용할 때의 행동 지침을 명문화하고, 요원의 마스크 착용을 제한하며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했다. 특히 카운티 내 어디에도 ICE 구금시설 자체를 설치할 수 없도록 못 박았다. 이에 앞서 카운티 의회는 지난 2월 만장일치로 '트러스트 액트(Trust Act)'를 통과시켜 ICE와의 공식 협력 협정인 287(g) 프로그램 참여를 금지했으며, 3월에는 카운티 소유 주차장·차고·공터를 ICE 단속 작전의 집결지로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카운티 밸류스 액트는 ICE 요원이 카운티 시설 내 비공개 구역에 접근하려면 반드시 사법적 영장을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며, 카운티 직원을 위한 ICE 대응 매뉴얼 교육과 온라인 ICE 활동 신고 포털 개설도 함께 명시하고 있다. 에반 글래스 카운티 의원은 "몽고메리 카운티는 ICE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미국에서 가장 다양한 커뮤니티 중 하나로서 모든 주민의 안전과 존엄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인 소상공인·이민 가정, 안도감 속 복잡한 셈법

로크빌, 게이더스버그, 실버스프링 등을 중심으로 워싱턴 D.C. 메트로 지역 최대 한인 밀집 지역인 몽고메리 카운티에서 이번 입법의 파장은 각별하다. 한인 식당, 마켓, 세탁소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에게는 당장 심리적 안도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카운티 소유 주차장에서의 단속이 금지되면서 고객과 직원 모두 위협을 덜 느끼고 매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민권자 자녀와 서류 미비 부모로 구성된 혼합 신분 가구에게는 이번 법안이 가장 직접적인 보호막이 될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연방 당국이 카운티 법을 무시하고 별도 작전을 펼칠 경우 오히려 주목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운티 내 이민자 권리 단체 '몽고메리 카운티 이민자 권리 컬렉티브'의 아리엘 우즈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연방 이민 단속 과정에서 방치된 차량 50대 이상에 긴급 대응했다고 카운티 의회에 증언한 바 있다. 이는 카운티 내 ICE 활동이 이미 일상적 공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민개혁연맹(FAIR) 대변인 이라 멜만은 "지방 정부의 저항이 오히려 연방 당국의 단속 집중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연방 정부와의 법적 충돌 가능성을 시사했다.


"법이 있어도 모르면 소용없다"…한인 지도자들, 커뮤니티 대응 촉구

워싱턴 한인 사회 지도자들은 이번 입법을 환영하면서도 실질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하고 있다. 몽고메리 카운티 한인회 0 0 0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법안은 우리 커뮤니티에 분명히 숨 쉴 공간을 만들어 준 것"이라며 "하지만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한인회 차원에서 한국어 안내자료를 즉시 배포하고, 이민 전문 변호사와 함께하는 무료 법률 상담 프로그램을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인상공회의소 *** 사무국장 역시 "소상공인 회원들로부터 '직원들이 출근을 두려워한다'는 말을 들어온 게 한두 달이 아니다"라며 "카운티가 신고 포털을 운영하기로 한 만큼, 한인 네트워크를 통해 ICE 목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긴급 연락망을 빠르게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교회협의회 측도 "주일 예배 후 권리 교육 세션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카운티는 이미 한국어를 포함한 다국어로 'Know Your Rights(권리 알기)' 자료를 배포하고 있어, 이를 커뮤니티 조직과 연계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장기 전망은 불투명…연방 정부 역공 변수로

단기적으로 이번 법안들이 몽고메리 카운티 이민자 사회 전반에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 것은 분명하다. 웨스 무어(Wes Moore) 메릴랜드 주지사가 카운티와 유사한 내용의 주 차원 법안에 서명할 경우, ICE 구금시설 금지 효력은 메릴랜드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장기 전망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른바 '성역 도시(Sanctuary City)' 정책을 고수하는 지자체에 대한 연방 보조금 삭감 카드를 실제로 꺼낼 경우, 몽고메리 카운티도 그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연방법이 지방법에 우선한다는 법리에 따라 연방 법원이 이 법안들의 효력을 무효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 한인 사회에 있어 이번 입법은 단순한 뉴스가 아니다. 합법적 비자 만료나 신분 문제로 불안한 삶을 이어가는 수많은 한인 이민 가정이 이 지역에 존재하는 만큼, 커뮤니티 지도자들이 법적 자원과 정보를 선제적으로 확보하지 않는다면 법이 제공하는 보호막도 공허한 문서에 그칠 수 있다. 법안이 마련한 공간을 실질적인 안전망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지금 워싱턴 한인 사회에 주어진 가장 긴박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