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흑인 10대 소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편의점 업주가 배심원단으로부터 무죄 평결을 받으면서 지역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리치랜드 카운티 배심원단은 지난 5월 28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편의점 업주 치케이 릭 차우(61)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아시아계인 차우는 2023년 컬럼비아에서 14세 흑인 소년 사이러스 카맥-벨턴을 추격한 뒤 등에 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사건은 특히 인구의 절반가량이 흑인인 리치랜드 카운티 지역사회에 추모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는 등 큰 충격을 안겼다.
평결이 발표 직후 방청석에 있던 카맥-벨턴 가족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차우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차우 측 변호인은 평결에 만족한다면서도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변호인 잭 스월링은 “유족들에게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도 “14세 아이가 장전된 반자동 권총을 소지한 채 거리를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피해자 가족은 판결 결과에 강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피해자 아버지 곁에 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회 의원이자 가족 측 변호인인 토드 러더퍼드는 “이번 판결은 마치 우리 아이들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며 “사이러스의 생명은 분명히 소중했다”고 언급하며 가족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더퍼드는 “30년 가까이 변호사 생활을 했지만 이런 결과는 처음 본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추가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사건 경위를 놓고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검찰은 차우가 편의점에서 물 4병을 훔쳤다고 오해한 뒤 분노에 휩싸여 소년을 추격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차우는 편의점에서 약 130야드 떨어진 곳까지 카맥-벨턴을 쫓아가 등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검찰은 카맥-벨턴이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추격 과정에서 총이 땅에 떨어졌으며 누구에게도 총을 겨누거나 위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 검사 바이런 깁슨은 배심원들에게 “차우는 아이를 끝까지 쫓아가 등에 총을 쐈다”고 말했다.
또 재판 중 물병을 들어 보이며 “결국 차우는 인간의 생명이 물병 몇 개보다 가치 없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여러 목격자가 소년의 손에 총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으며 총을 겨누는 장면도 목격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고 강조했다.
깁슨 검사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한 사람은 차우 가족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사건의 본질이 절도가 아니라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숀 켄트는 “이 사건은 절도 사건이 아니다”라며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에게 총이 겨눠진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했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차우의 아들 앤디 차우는 법정에서 카맥-벨턴이 자신에게 총을 겨눴다고 증언했고 배심원단은 결국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여 차우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형사재판이 마무리됐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상처와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가족은 민사소송을 통해 책임을 계속 묻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워싱턴 프레스 김 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