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연방 하원의사당에서는 이민자 사회의 운명을 가를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하원은 6월 9일 화요일,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민단속국(ICE)과 세관국경보호국(CBP)의 재원을 확보하는 700억 달러 규모의 이민단속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상원은 지난 6일 52대 47의 표결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공화당에서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알래스카주의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 한 명뿐이었다.

법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규모가 실로 압도적이다. 이 법안에는 ICE에 386억 달러, CBP에 226억 달러, 국토안보부(DHS)에 50억 달러, 아동 착취 수사에 1억 850만 달러가 배정되어 있다. 단순한 예산 집행이 아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 내내 이민단속을 '제도적으로' 보장받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워싱턴 D.C. 메트로 지역에 거주하는 약 10만 명의 한인 동포에게 이 뉴스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버지니아주 애난데일과 센터빌, 메릴랜드주 록빌에는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와 섞여 불안정한 체류 신분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아무리 수십 년을 살고, 세금을 내고, 자녀를 학교에 보낸다 해도, 지금의 정치 지형 속에서는 언제든 단속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커뮤니티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법안의 문제는 예산 규모만이 아니다. 이 법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무기화 기금(anti-weaponization fund)'—자신이 정치적 박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보상하는 17억 6,00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영구 금지하려는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시도는 모두 부결되었다. 이민단속 강화와 정치적 보상이 같은 패키지로 묶인 이 법안은, 법치주의가 얼마나 편의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민주당 하원 코커스 의장 피트 아길라르 의원은 이 법안을 "ICE와 국경순찰대에 대한 700억 달러짜리 백지수표"라고 비판하며, 이미 '원 빅 뷰티풀 빌'을 통해 ICE에 1,400억 달러를 지원한 데 더해 추가 예산을 주면서도 국민의 일상적 생활 비용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인 커뮤니티는 이 논쟁에서 어느 한쪽 편을 단순하게 들기 어려운 복잡한 처지에 놓여 있다. 불법 이민에 반대하고 법 집행을 지지하는 보수적 정서를 가진 한인도 많다. 그러나 법 집행의 실제 현장에서는, 단속관이 서류를 요구할 때 아시아계 얼굴과 억양이 불심검문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영어가 불완전한 어르신, 비자 갱신 절차가 복잡한 사업가, F-1 비자로 공부하는 유학생 — 이들 모두가 강화된 단속 환경에서 더 큰 불안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이 법안은 의회 내 공화당 내부의 긴장도 드러냈다. 하원은 겨우 절차 투표를 통과시켰으며, 강경파들은 법안이 충분히 강하지 않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오늘의 표결은 단순히 예산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민자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미국 사회의 가치관 싸움이기도 하다.

워싱턴 한인 커뮤니티에 촉구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든 부결되든,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지역 연방 하원의원실에 전화하고, 한인단체를 통해 조직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체류 신분이 불안정한 이웃을 위한 법률 지원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커뮤니티 내의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연결되는 정보망을 지금 당장 다져놓아야 한다.

미국의 이민 역사는 언제나 두려움과 희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씌어졌다. 1903년 첫 이민선이 호놀룰루 항에 닿은 이래 한인들은 차별과 배제의 시대를 견뎌내며 이 땅에 뿌리를 내렸다. 오늘 하원 본회의장에서 내려지는 결정은 그 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더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 역사의 방관자가 아닌, 증인이자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두려움이 침묵을 낳고, 침묵이 무관심을 낳는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