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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중국 칭다오에 있는 하이얼 본사 건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 위치한 GE Appliances(이하 GE) 공장에서는 최근 수십 년간 보기 드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때 해외로 이전됐던 생산라인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봄부터 이 공장에서는 현재 중국에서 생산 중인 일체형 세탁·건조기와 일부 세탁기 제품 생산이 시작될 예정이며, 약 8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강조해 온 제조업 부활 정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GE는 현재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Haier)이 소유한 기업이며, 회사 경영진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오히려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GE는 지난 13년 동안 약 65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을 추진해 왔다. 2016년 하이얼이 56억 달러에 회사를 인수한 이후에도 미국 내 제조업 확대 기조는 계속 유지됐다.

회사를 이끄는 케빈 놀런 CEO는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단순히 애국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 안정성과 제품 개발 속도에 있다고 설명한다. 제품을 설계하는 엔지니어와 생산 현장이 가까울수록 소비자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내 생산 확대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 산업 기반의 공백이다. GE는 현재 미국 내 6,500개 협력업체와 연간 46억 달러 규모 거래를 하고 있지만, 과거 수십 년간 해외 생산이 확대되면서 일부 핵심 부품은 미국에서 사실상 생산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선 하네스(wiring harnesses)다.

더 큰 문제는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기 위해 필요한 장비조차 해외에서 수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 공장에 설치될 설비 가운데 일부는 뉴질랜드와 중국에서 들어오는데, 이 과정에서 높은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놀런 CEO는 “공장을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필요한 장비에 엄청난 관세를 내고 있다”며 현재 정책이 제조업 현장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산업 장비에 대해서는 관세 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려면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장비 수입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실제로 미국 제조업 부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제다.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관세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2018년 이후에도 약 1,260만 명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큰 증가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일부 생산시설을 다시 가져오고는 있지만 전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인건비 격차는 여전히 크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공급망 전문가 윌리 시 교수는 중국 제조업 노동자 임금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여전히 미국 노동자의 약 20%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여전히 많은 기업이 해외 생산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E가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은 자동화다.

회사는 최근 물 정수기 필터 생산을 멕시코 대신 자체 공장으로 가져오면서 로봇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등을 활용한 자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이 라인은 한 교대당 약 1만 개 제품을 생산하지만 관리 인력은 단 7명만 필요하다.

GE는 자동화가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조업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자동화로 불필요해진 일부 직원들은 미국으로 돌아오는 세탁기 생산라인 업무로 재배치됐다.

다만 제조업 인력 확보는 또 다른 과제로 남아 있다.

젊은 세대가 실리콘밸리와 IT 업종을 선호하면서 공장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이 성장하더라도 과거처럼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GE가 2016년 이후 미국에서 약 4,000개의 일자리를 늘린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는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리쇼어링이 아닌 사업 성장 자체에서 발생한 고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GE는 현재 1951년에 지어진 루이빌 공장을 4억9천만 달러를 들여 대대적으로 개조하고 있다. 한국전쟁 시기에 건설된 이 공장은 높은 천장과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 덕분에 최신 생산설비를 설치하기에 오히려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E 경영진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국제 분쟁, 공급망 혼란을 겪으면서 해외 생산의 숨겨진 비용을 기업들이 다시 인식하게 됐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단순히 인건비만 보고 생산지를 결정했다면 이제는 안정성, 공급망 리스크, 운송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GE 사례는 미국 제조업 부활이 불가능한 꿈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자동화 확대와 산업 기반 재건, 공급망 복원이라는 복잡한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현실도 보여주고 있다.